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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묘 행동 분석

고양이 행동 강화 훈련 – ABC 훈련을 통한 식사/간식 제공 시 기다릴 줄 아는 매너 가르치기

 

 

 1. 글을 시작하며

 

반려묘 식사를 준비할 때, 특히나 습식 캔을 급여할 때면, 캔 따는 소리만 들려도 귀신같이 알고 달려드는 반려묘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집사’라는 용어 다음으로 고양이를 키우는 반려인에게 붙는 별명이 ‘캔따개’ 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뛰어난 청각, 시각, 그리고 후각을 지닌 고양이에게는 캔을 따는 소리뿐만 아니라, 반려인의 행동 패턴, 습식 냄새 등 다양한 요소가 분명 반려묘에게는 심한 자극이 될 것이며, 그릇에 캔을 담거나 데우거나 으깨기도 하는 과정에서 참지 못하고 돌진하는 반려묘를 마크하느라 일부 집사님들은 정신이 없어지거나, 캔을 엎고 그릇을 깨는 등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기도 한다.

 

어떻게 훈련하는 방법이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줄 수 있을까? 이번 포스트에서는 어떻게 하면 식사 준비 기간 동안 얌전히 기다리는 등 집사님들이 원하는 긍정적인 행동을 이끌어 낼 방법을 살펴본다.

 

 

 

 

 2. ABC 모델을 활용한 문제 행동 개선

 

동물행동상담가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of Animal Behavior Consultants: IAABC)에서 출판한 Adria Karlsson의 저널, 식탁에서 음식을 잽싸게 훔쳐 먹는 것에 대한 대응(Countering Counter-surfing), 에서는 반려묘가 식사 준비 간 참지 못하고 식탁이나 조리대에 올라가거나 음식을 주기도 전에 먼저 먹어버리는 식탐을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러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훈련 과정을 통해 반려묘에 긍정적인 행동을 끌어내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Karlsson, 2016).

 

저자 Adrias의 3마리 반려묘 가운데 유독 한 고양이, Lassie는 어려서부터 마치 다리에 스프링이 달린 것처럼 습식 캔을 열기만 하면 식탁 위로 뛰어 올라가 캔을 접시에 담기도 전에 먹어버렸다고 한다. 만약 바닥으로 다시 내리면 그 즉시 다시 뛰어 올라오고 다시 내리고 또 뛰어 올라오고 밀어내고 이런 전쟁이 계속되었는데 이는 타 고양이들 습식 급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므로 훈련으로 행동 수정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훈련 전 영상]

 

단계별 훈련 과정

 

훈련에 들어가기에 앞서, 첫 번째 단계는 왜 계속해서 같은 행동을 하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경우에 수정하고 싶은 문제 행동은 “고양이가 계속 카운터 위로 뛰어 올라온다”일 것이며, ABC 모델을 사용하면 이런 문제를 더 쉽게 해결하도록 도와준다. 먼저, 아래 표를 보고 ABC 모델을 이해해보자.

 

1.     ABC 모델 (행동 문제)

A

B

C

고양이 사료 뚜껑을 연다 (Open the can of cat food)

 

고양이가 식탁으로 올라온다 (Cat on the countertop)

 

캔의 음식을 먹거나 핥는다 (Nibbles/licks of food from the can)

 

“선행”하는, 즉, 항상 문제 행동을 하기 전에 발생했던 상황은 고양이 습식 캔을 여는 것이다 (사건 A). 즉, “선행사건 A”는 “고양이 습식 캔을 여는 것”이 된다. "문제 행동"에 대한 다음 가정 "B"는 "카운터 위의 고양이"가 된다. “선행 사건 A”에 의해 야기되는 관찰 값이다. 주의할 부분은 결과 “C”이다. 올라갈 때마다 내려놓거나 밀침에도 불구하고 왜 Lassie는 계속해서 올라가는 것일까? 이는 집사의 “B” -> “C”로 향하는 순간의 어떤 행동이 본인의 관점에서는 처벌로 보이지만, Lassie의 관점에서는 처벌이 아니었다.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Lassie의 행동은 저자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빈도가 감소하지 않았으며(계속 올라가거나 더 빠르게 올라가려고 하는 등), 오히려 강화되는 패턴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C”를 통해 음식을 맛봄으로써 “B”를 통한 행동이 보상이 긍정적으로 강화되는 형태로 인지됐을 것이다.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책은 어떨까? 많은 효과적인 제안들이 존재한다. 특히, 다양한 연구 결과 중 가장 확실하게 행동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고양이가 싫어하는 요소를 배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을 뿌린다거나, 카운터에서 먼 곳으로 이동시킨다거나, 큰소리를 내서 놀라게 한다거나, 방에 가둬두는 것 등. 하지만 이런 방식은 윤리적이지 않기도 하거니와 장기적으로 좋은 해결책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 좋은 방법을 저자는 찾고 싶었다고 한다.

 

저자는 “C”를 하게 만드는 문제 행동과 원인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어 식탁이나 주방에 올라오는 것에 대응하는 행동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대체 행동을 고양이가 바닥에 있는 것이라고 결정했고, 대체 행동으로 네 발이 모두 매트 위에 올라가 있는 상태로 정했으며, ‘매트 위에 네 발’을 올려둔다라는 행동을 유도하는 것으로 결론을 선택했다. 또한, 그동안 문제 행동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왔던 강화 요인은 “습식 캔을 맛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행동에 대한 보상책으로 습식 캔을 선택했다. 아래 새로운 ABC 모델을 보고 쉽게 이해해보자.

 

2.     ABC 모델 (해결책)

A

B

C

고양이 사료 뚜껑을 연다 (Open the can of cat food)

 

고양이가 발을 매트리스 위에 올려둔다(Cat puts four feet on the mat)

 

 포크로 날라진 습식캔을 먹거나 핥는다(Nibbles/licks of food from the can, delivered on a fork)

 

만약 Lassie가 다시 식탁이나 주방 위로 뛰어오르거나, 혹은 매트를 떠난다면 음식을 강화제로 사용하여 다시 매트로 돌아가도록 했으며, 매트를 떠났을 경우 등에 음식을 사용하는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행동 수정 방법의 장점은 물리적 조작이 필요 없고 잠재적인 혐오감을 주지도 않아 효과적이다.

 

저자의 경우 ABC 각 세션의 시간 프레임을 2분으로 정하고, 상호 작용 내용을 비디오로 찍어 각 세션 동안 맛보게 해 주었던 강화제(음식)의 수와 Lassie가 매트에서 보낸 시간을 합산해 결괏값을 측정했다. 아래 데이터는 Lassie가 매트에 보내는 시간의 증가, 강화제(음식) 빈도의 감소, 매트를 떠난 횟수의 감소를 보여주며 측정된 결괏값을 보여준다.

 

 

테이블 1. 세션(Session) 당 Lassie가 매트에서 보낸 시간의 변화

 

그래프에 관해 설명하자면, Y축은 초(시간)이며, X축은 세션으로 최대 2분(120초)으로 23회(하루 2회)에 걸쳐 진행됐다. Baseline은 매트리스에 대한 강화 보상을 주지 않는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총 2번에 걸쳐 진행되었다. 이는 강화 보상이 주어졌을 때만 매트리스에서 기다리는 행동을 하는지 실제 강화 보상 훈련을 통해 매트리스에 대한 훈련이 성과를 내고 있는지 비교하기 위한 지표이다. 또한, 다이아몬드 형태의 점이 찍힌 라인 차트는 누적(Cumulative) 시간을 보여주는 것으로 세모 형태의 점이 찍힌 차트의 세션 당 합계의 평균으로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한 세션 2분 동안 Lassie가 3번 매트리스를 왕복했고 각각 2초 2초 30초간 머물렀다면 다이아몬드 점은 34초가 되며 세모 점은 2+2+30/3 = 약 11초가 된다. 누적 합산 차트의 기울기가 가빠질수록 실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오랜 시간 매트리스 위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며,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다이아몬드 점 라인과 세모 점 라인이 동시에 증가하는 형태로, 강화 보상을 통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훈련이 지속적인 성과를 내고 있음을 알려준다.

 

초기 Baseline 세션(아무 동기부여가 없었을 때) 동안 Lassie가 매트 위에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반면, 행동 강화를 시작한 세션(7회 차부터) Lassie는 매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세션마다 계속 늘어난다. 강화 훈련 첫 번째 세션(7회 차)에서 Lassie는 매트에서 총 40초, 두 번째 세션(8회 차)에서는 70초에 가까이 머물렀으며, 여섯 번째 세션(12회 차)에는 약 120초를 매트 위에서 보냈다. 초기 Baseline 세션에서 보여준 평균 10초 미만의 기록과 비교해보면 놀랄만한 수치이다. 특히, 여섯 번째 세션(12회 차)에서는 Lassie는 매번 강화제(음식) 유혹을 받을 때면 거의 40초를 매트 위에 있었는데 이는 행동 수정 훈련이 잘 진행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다른 영향에 의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Baseline(아무 동기 부여가 없는 상태)에서 이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테스트를 하기 위해 13~17회 차까지는 Baseline으로 돌아간 상태로 실험을 한 것이다.

 

매트에 앉기 위한 보상이 없는 상태로 돌아가자 Lassie의 행동은 즉시 퇴보했다. 13~17회차 동안 매트 위에서 있지 않았던 초기 베이스라인과 비교해보면 약간의 시간을 매트 위에 더 있긴 했지만 총 120초 중 45초 이상 앉아있지 않았다. 다섯 번의 Baseline 세션 후에 다시 훈련 프로토콜로 돌아갔다.

 

[훈련 영상]

 

보상 훈련 프로토콜로 돌아간 결과는 즉각적으로 개선으로 나타났다. 새로 시작된 훈련 프로토콜의 세 번째 세션까지 Lassie는 매트 위에서 거의 120초를 보냈으며(Lassie는 두 번 매트로 유인되어야 했기 때문에 매번 매트에 머무를 때마다 40초의 시간이 사용했다). 이런 행동의 변화는 실험이 끝난 후 2일 후에 다시 비디오를 촬영해 체크했을 때도 유지되었으며, 저자의 실험 결론을 보면 결과가 상당히 성공적이었음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저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강화 보상 훈련이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판단했다.

 

 

 

 

 3. 이 글을 마치며

 

식사/간식을 기다릴 줄 아는 매너는 많은 집사님이 내 고양이에게 바라는 모습일 것이다. 특히, 다묘 가정의 경우 각각의 성격이 다 달라, 어떤 아이는 차분히 잘 기다리고, 어떤 아이는 저자의 고양이 Lassie처럼 식탁에 뛰어오르고 얼굴을 들이밀며 먹으려고 안달 내기도 한다. 한 아이의 비매너는 다른 아이들의 스트레스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음으로 행동 교정을 통해 매너를 가르치는 것이 좋다. 주의할 점은 문제 행동이 있으면, 체벌이나 부정적인 기억을 심어 주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체벌과 같은 훈육 방식은 집사와 관계가 심각히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에게 불편을 주고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고양이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반응이고 호기심으로 인한 행동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불편하다고 고양이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요하는 것으로 느끼게 하는 것은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

 

오늘 소개한 저널을 보며, 이러한 문제 행동이 있다면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 함으로써 점차 문제 행동이 사라지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가족인 반려묘와 함께 오래 편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문제 행동을 고쳐주는 것이 좋고, 긍정적인 행동 보상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최선이다. 절대로 조급해하거나 한 두 번 시도하다 포기하지 말고, 조금은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긍정적인 행동 보상을 반복해서 시도해본다면, 똑똑한 고양이들은 금방 알아채고 더욱더 기특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변모해있을 것이다.

 

영상 2. 저널에서 소개한 방법 외에 다양한 방법 소개, How To Keep Cats Off Coun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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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Adria Karlsson, Countering Counter-Surfing.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Animal Behavior Consultants (IAABC) 2016, https://spring2018.iaabcjournal.org/2018/04/18/pet-retention-programs-in-play-a-case-study/summer2016.iaabcjournal.org/countering-counter-surfing/